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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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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지진이 일어나자 길바닥에 하얀 솜털이 돋았다.
예: 유리문을 만지자 흐물거리는 발이 다가왔다.
예: 거대한 탱크가 지나가자 땅이 산맥으로 변했다.
예: 장판을 들추자 수만 마리의 불개미가 질주했다.
예: 발꿈치를 겨우 들자 비행선의 날개가 보였다.
예: 반짝이는 약물을 마시자 배꼽에서 빛이 나왔다.
예: 눈을 세게 비비자 화성의 대기 상태가 나빠졌다.
예: 그의 옷을 벗기자 촉수 여러 개가 꿈틀거렸다.
예: 해가 떨어지자 보랏빛 하늘이 휘기 시작했다.
예: 장벽을 몰래 넘자 도깨비불 서너 개가 날아왔다.


화면 속 버튼을 손가락으로 터치만 하면 사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손쉬운 터치 덕에 가장 좋은 한 장을 고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많은 사진이 쌓인다. 그런데 종종 사람의 실수로, 기계의 오류로, 자동으로 버튼이 눌려 사진이 찍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애초에 찍으려던 대상이 아니기에 만들어지자마자 삭제될 운명(위기 상황)에 놓인 사진이다. 1,000장의 선택된 사진이 진열된 그곳은 최종적으로 최상을 가리고 골라 담은 하드 속 폴더 하나를 보는 것 같다. 그 폴더 안에 그냥 못 찍은 사진이 아닌, 의도치 않은 화면 터치로 찍힌 사진, 자연스럽게 휴지통 폴더로 보냈을 사진을 끌어 넣어본다. 무수한 사진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무엇을 보려고 하고, 또 미처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즉각 삭제될 운명이었음에도 아직 살아있는 -위기 상황- 10장을 990장의 선택될 운명이었던 사진 프린트들 틈에 끼워 전시합니다.
(The Scrap 2018)